우리 교회에 한 은퇴하신 목사님이 계신데, 과일 나무들을 돌보시는 것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정성 들여 키운 나무들이 열매를 맺으면, 따서 주변분들에게 나눠 주는 기쁨을 즐기셨습니다. 얼마전, 아프신 사모님의 편의를 위해 이사를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일 나무들 중 몇 해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던 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몇 년을 기다렸을까, 지난 해부터 그 나무에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목사님께서는 그 나무를 그냥 두고 이사 가는 것을 참 아쉬워 하셨습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에 대한 비유를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주인이 포도원에 무화과 나무를 심고, 열매 맺기를 기다렸습니다. 3년이 지났는데도 열매 없는 것을 보고 못 마땅해 했습니다. 그래서 포도원지기에게 나무를 찍어버리라!”라고 지시합니다. 그러자 포도원지기가 간청합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올 한해 거름도 주고 잘 돌보겠습니다. 그래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때 가서 찍어버리십시오.”
사람들은 쉬운 길을 택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일하고 빨리 효과를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뜻대로 안 되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려 합니다. 잘못된 것을 보면 즉시 바로잡으려 하고, 불쾌하게 하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인내심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잘라내자!”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우리를 향해 “잠깐만 잠깐만! 그렇게 서두르지 마라. 좀 더 기다려 줘. 내게 시간을 좀 더 줘. 이 나무에 거름을 좀 주게 해줘.”라고 하십니다. 거름은 썩힌 물질이어서 냄새도 역하고 더러워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빠른 해결책도 못 되면, 매력적인 일도 아니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거름 안에는 엄청난 생명이 숨겨져 있습니다. 거름은 온갖 효소와 미생물이 들어 있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부활의 물질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그렇게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으로 인류를 위한 거름이 되셨고, 인류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 그 주목받지 못한 거름이 ‘인류를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옮기는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거름으로 새 생명을 얻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땅을 기경하며 거름을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 좀 더 기다려 주세요. 그들이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신 사랑으로 기다리며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아직도 여전히 기다리고 계십니다.
(월간 코리안 뉴스 August 2022)